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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영 칼럼

에버영코리아 CEO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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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생각나는 닭소리

 

아스라한 저의 소시적 이야깁니다.

 

어릴 때 우리 집에는 수탉 두마리와 암탉 대여섯마리가 있었는데 이들을 아침에 마당과 텃밭에 풀어놓고 저녁때 닭장 홰에 앉아 있는 마리 수를 확인한 뒤 닭장 문을 닫아 주는 일이 날마다 내가 할 일 이었다.

 

닭은 땅거미질때까지 먹은 모이가 새벽 1시께면 소화가 끝나게 돼 배고픔에 깨어난 수탉이 ‘꼬-끼오- 꼬-끼오- ’ 울어댄 것이 새벽닭소리라는 것을 커서 뒤늦게 들었다. 우리집 수탉의 새벽 울기는 시간이 아주 잘 맞아 그해 가을 아버지께서는 수탉 우는소리에 깨어나신 뒤 품앗이 타작꾼들을 부르러 다니셨다. 

 

수탉은 해질녘까지 배속을 채우지 못했을 때는 농사철 허드렛일로 바삐 움직이시는 어머니 앞에 걸기적거리거나 소여물을 끓이는 내 주변을 어정거리며 먹이를 달라는 시위를 하곤 했다. 눈치를 채고 밀기울 쌀겨를 쪽박에 퍼 들거나 옥수수를 봉당 돌 모서리에 두드려 털기 시작하면 수탉은 나즈막한 소리로 ‘꼬꼬꼬 꼬꼬꼬’ 울어대면 암탉들이 용케도 알아듣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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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울타리밑을 헤집거나 두엄더미를 헤집어 먹이를 찾아내고는 암탉을 앞서의 ‘꼬꼬꼬 꼬꼬꼬’ 소리로 불러 찾아낸 모이를 물었다가 암탉 앞에 놓고 환심을 사며 으스대는 모습이 여간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다가는 암탉 앞에서 한쪽 날개를 내려뜨리고 ‘꾸꾸- 꾸꾸-’ 소리를 내며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한바뀌쯤 돌고나서 은근슬쩍 등에 올라타는 것이었다.

 

이 수탉의 정기를 받은 암탉들은 ‘고- 올- 골, 고-올-골’ 알 짓는 소리를 해대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은 낳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살광주변 땔나무 더미 짚가리 울타리밑등 알둥우리가 될 만한 곳을 샅샅이 살폈으나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침 닭장 문을 여는 시간을 늦추어 알 낳을 시간까지 기다리다가 열어 주고는 먹이를 줄 때 먹지않고 다른곳으로 급히 가는 놈을 쫓기로 했다. 배 고픔을 미쳐 해결하지도 못한 닭이 가는 곳이라고는 알 낳는 진통 때문에 비밀의 알둥우리로 가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내 계획은 영락없이 들어맞았다. 암탉중 한 마리가 급하게 울타리 개구멍을 통해 뒷산으로 가는 것까지는 쫓아갔는데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그놈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대문으로 돌아 나가는 사이 눈치 없는 수탉이 이미 암탉을 따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탉앞 갈나무둥치밑으로 암탉이 보였고 잠시후 ‘꼬끼대-액 꼬 꼬 꼬끼대-액 꼬 꼬’ 해대며 알낳았다는 신호를 하기 시작했다. 수탉은 ‘꼬끼-댁 꼬 꼬끼-댁 꼬’ 하며 암탉의 소리에 장단을 맞췄다. 둥지에는 낙엽에 덮힌 알이 한 꾸러미가량 있었다. 그날 나는 포상으로 달걀 하나를 받아 들고 구멍가게로 달려갔다.

 


 <춘천센터  통합CS2파트 박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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